SS.1 어서오세요, 거짓 상점입니다.
SS.1 어서오세요, 거짓 상점입니다.
Posted 1개월 전 :: Last edited 1개월 전 by 만두냥
거짓말을 대가로 좋은 것을 사시겠습니까?
오늘도 슈가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선 [YOU]는 문득 하늘이 어둡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개를 들어 해가 떠 있는 곳을 찡그리며 바라보자, 밝은 빛 대신 어둡고 붉은 음산한 해가 떠 있었습니다. 평소 밝은 분위기의 슈가렐이 오늘은 어둡게 물들어 있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딸랑. 방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여우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새로운 몬스터일까요? [YOU]는 여우를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딸랑, 딸랑. 여우는 일부러 방울 소리를 내는 듯 꼬리를 흔들며 걸었습니다. 그 뒤를 한참 따라가다 보니, 곧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슈가렐에 이렇게 어두운 숲이 존재했던가요? 여우가 지나온 자리에는 마치 검은 먹물을 칠한 듯 온통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여우는 [YOU]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다시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어라~ 손님 물어온 기가?
작은 책방 같은 곳에서 검은 여우를 닮은 쿠킹비가 하품을 하며 몸을 내밀었습니다. 검은 쿠킹비는 [YOU]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YOU]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책방 안으로 들어간 쿠킹비의 뒤를 여우가 따라갔습니다. 문 앞에서 멀뚱히 서 있던 [YOU]는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안을 들여다봤습니다. 책방이라고 생각했던 집 안에는 다양한 항아리와 부적, 인형 등 여러 가지 골동품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낡은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물건들을 망가뜨릴 것만 같았습니다. 검은 쿠킹비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 정말 차를 준비하는 것처럼 주전자를 올려두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여우는 방석 하나를 물어와 [YOU]의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았습니다.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이름이 뭐꼬?
NPC-010: you
NPC-010: you
[YOU]라고 해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난 요호라 카는데. 니 이 근방 글라세 수역? 거기 사는 기가? 내가 반년 전만 해도 본 적이 없는데. 최근 탄생의 축제 때 태어났제?
NPC-010: you
NPC-010: you
네, 맞아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그랄 줄 알았제. 내가 이래 보여도 여기 꽤 오래 있었거든~ 그럼 우리 상점이 뭐 하는 덴지도 모르겠네?
NPC-010: you
NPC-010: you
여기가 상점인가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그럼~ 아주아주 특별한 걸 퍼트리... 아니, 팔고 있제~ 관심 있나? 내 오늘은 첫날이라 장사 안 하려고 했는디, 니 봐서 쪼까 일찍 열지 뭐.
요호는 차를 내어준 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요호가 향한 곳은 검은 책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책 한 권을 꺼낸 요호는 [YOU]에게 내밀었습니다.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이거 받으라.
NPC-010: you
NPC-010: you
뭔데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뭐긴. 딱 봐도 책이지.
책이라는 말에 [YOU]는 페이지를 넘겨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새하얀 백지만 보였습니다. 요호는 다시 책 한 권을 더 꺼내 [YOU]의 눈앞에 펼쳐 보였습니다. 그 책 역시 모든 페이지가 백지였습니다.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잘 봐라. [이 숲에는 거대한 호랑이 몬스터가 산다.]
그러자 백지였던 페이지 위로 글귀가 떠오르며 요호가 말한 문장이 그대로 새겨졌습니다. 하얗던 종이는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고, 붉은빛을 머금은 글씨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요호가 그 페이지를 뜯어내자, 찢어진 종이는 허공으로 떠올라 불타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툭. 작은 검은 덩어리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YOU]가 그 검은 덩어리를 바라보자, 그것은 마치 심장처럼 두근, 두근 맥박을 치듯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NPC-010: you
NPC-010: you
이게 뭔가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공물이지. 한 번도 본 적 없제? 거짓말을 해서 책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이걸 주는 기다. 우리 상점에서는 이 공물을 만들 수 있는 책을 주고, 손님은 그 공물을 우리한테 가져오는 기다.
NPC-010: you
NPC-010: you
그럼 서로에게… 뭐가 좋은 거죠? 별로 만지고 싶지 않게 생겼어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에이~ 만져 보면 그냥 물렁물렁한 슬라임 같은 기다. 공물을 총 여섯 개 모아오면 이 여우가 공물을 쓸 수 있는 장소로 안내해 줄 기다. 특별한 날의 만남,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한번 모아봐라~
NPC-010: you
NPC-010: you
네…
NPC-012: 요호
NPC-012: 요호
그럼 내는 여기서 차나 마시고 있을테니 퍼뜩 다녀오라~
[YOU]는 찜찜한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검은 공물을 한참 바라보다가, 책을 품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거짓말을 하면 반응하는 책이라니. 신기한 물건이었지만, '거짓말'이라는 것 자체가 썩 좋은 의미는 아니었기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습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이 거짓말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을까요? 아니요. 그저 책의 페이지를 채우고, 재미있는 보상을 받을 뿐입니다. [YOU]는 품에 안은 책을 내려다보며, 어떤 거짓말을 써 내려갈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YOU]가 책을 들고 밖으로 떠나고 얼마 뒤, 요호의 책방에는 익숙한 쿠킹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손님이 온 것에 어느새 여우가 모습을 드러내며 방울 소리를 내었습니다.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이야, 다들 일찍일찍 돌아다니는 게 윽수로 부지런하네~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저 말고 누가 또 왔나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아주 귀여운 친구가 하나 왔다 갔제. 뭐, 인사하러 온 건 아닐 테고 필요한 거라도 있나?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아뇨, 인사만 하러 온 거예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흐응~? 예전처럼 또 거짓말이 필요한 건 아닌가 보제. 마, 됐다. 필요 없으면 좋은 거지. 차 한잔 마시고 갈 끼가? 내 그래도 장사 자리 허락해 준 존재한테 밉보이고 싶지는 않제~
요호는 아까와 달리 직접 안쪽으로 들어가 차를 만들어 오는 대신 박수를 두 번 쳤습니다. 그러자 멀리 놓여 있던 찻잔과 다기 세트가 스르르 날아와 눈앞에 놓였고, 요호는 그 자리에서 능숙하게 차를 우려내기 시작했습니다. 가게의 손님인 누미라도 익숙한 듯 방석 하나를 가져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NPC-012: 요호
NPC-012: 요호
거절할 줄 알았는데 말이제. 역시 뭐 필요한 게 있나 보제?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글쎄요. 지금으로서는 정말 필요한 게 없어요. 그저 오랜만에 차를 마시고 싶었달까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내가 아는 사장님은 아흔아홉 번 권하면 아흔아홉 번 다 거절하더만. 참 이상한 일이네~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제가 지금은 기분이 꽤 좋거든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탄생의 축제 그거 때문이제?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비슷해요. 아주 오래전에 잃은 친구를 만났거든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 마, 사장님.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아, 아니다. 기분 나빠지면 장사 접으라 할까 봐 더는 말 안 하겠다. 그냥 잊어뿌라.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웬만해서는 눈감아 드리고 있는데도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에이~ 그라모 내 한마디만 할게. 사장님, 댁은 모두한테 공평하게 배려해 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는 지 새끼들만 유난히 예뻐하는 기라. 애초에 여기서 장사할 수 있게 해 준 조건도 이 허벌나게 말랑말랑한 모습이 대가였제.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슈가렐에서는 쿠킹비들만 살아갈 수 있어요. 다른 모습의 존재들이 섞인다면 기존에 있던 쿠킹비들이 많이 놀랄 테니까요. 완벽한 모습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되도록이면 쿠킹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유지했으면 하는 거죠.
NPC-012: 요호
NPC-012: 요호
그게 꽉 막힌 생각이라고는 안 드나?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전 모두를 위해 생각하고 움직여요. 꽉 막힌 생각처럼 보이시나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아이고~ 사장님. 한곳에 너무 오래 있다 보이 시야를 넓힐 줄 모르는 갑네. 이 행성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려고 오랜 시간을 들였다는 건 내도 안다. 근데 내 보기에는 사장님은 그냥 우물 안 개구리라. 통치자라는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이 머리가 굳어뿌는 기다. 이제 슬슬 은퇴해야 안카나.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알고 있어요. 하지만…
누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YOU]가 떠난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요호는 턱을 괸 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누미라가 어떤 대답을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요호는 자세를 고쳐 앉아 차를 호록 들이마셨습니다.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아직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못 봤어요. 차는 잘 마셨어요. 이제 가볼게요
NPC-012: 요호
NPC-012: 요호
고집불통 아이가. 그래, 썩 가래이~
NPC-001: 누미라
NPC-001: 누미라
네, 요호도 장사 잘하세요.
누미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가게를 나섰습니다. 요호는 점점 멀어지다 마법으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누미라가 서 있던 자리만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자신의 동족을 끔찍이 사랑하고 아끼며 누구보다 헌신하고 싶어 하는 존재.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거짓말을 모으고 다니는 요호조차 쉽게 알 수 없었습니다. 어느새 검은 여우가 다가와 요호의 볼에 코를 콕 갖다 댔습니다. 그것을 신호 삼아 요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털이를 집어 들고 가게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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