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반짝이는 조개빛
새로운 수호자를 위해서.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블루 슈가 코브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누미라와 스위트였습니다.
[you]는 벨로라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중, 누미라가 [you]를 유심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습니다.
그 아이는 이곳에 없는 모양이네요.
혹시 벨로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그 아이에 대해서 누미라님께 말씀드렸더니 꼭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왔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위해를 끼치려는 건 아니에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블루 슈가 코브에 스스로를 수호자라고 칭하는 존재가 있다길래 직접 만나 보고 싶었어요.
제가 찾아올까요?
아니에요. 저희끼리 조금 더 이곳을 둘러볼게요. [you]는 앤이 맡긴 일을 해야 하죠? 나중에 다시 찾아올게요.
네, 알겠어요.
누미라와 스위트는 [you]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바구니 두 개를 품에 안고 있으려니 시야가 가려져 불편했던 [you]는 바닥에 바구니를 내려놓으려 했습니다.
쨘~!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벨로라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지만 않았다면 말입니다.
쿵!
뒤로 넘어진 [you]의 곁으로 벨로라가 웃으며 날아와 옆에 앉았습니다.
정말 와줬네! 나 잘 기다렸지?
네… 놀래키는 것만 아니었으면요. 그런데 어디 계셨어요?
응? 저기~ 잠깐 바다 위를 날고 왔어. 노을이 지는 시간대의 바다는 정말 아름다워서 항상 그 위를 헤엄치듯 날아다니거든. 나중에 같이 날래?
저는 날개가 없어서 무리예요.
젤리를 사면 되잖아!
저는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쿠킹비라서 각설탕이 없어요.
치… 아쉽다. 바구니 새로 받아왔네?
네. 여기에 재료를 다시 넣으면 돼요.
그럼 나 따라와! 아까 잔뜩 봐뒀어!
앞장서서 날아가는 벨로라를 보며 [you]는 그 뒤를 따랐습니다.벨로라가 안내해 준 곳은 야자나무 위, 바다 깊은 곳, 거대한 바위틈, 조개껍데기 아래에서 잠든 게 등 수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들이었습니다.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던 만큼, 벨로라는 블루 슈가 코브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차곡차곡 바구니에 재료가 쌓여 갔고,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습니다.
[you]는 두 개의 바구니가 가득 찬 것을 보며 벨로라를 바라봤습니다. 벨로라 역시 바구니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 채웠네. 즐거웠다~
도와주셔서 잔뜩 찾을 수 있었어요. 앤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아까 잠자는 게를 깨워서 꼬리에 물린 건 괜찮아?
조금 아팠어요. 야자나무에 올랐다가 코코넛이 벨로라 머리 위로 떨어졌을 때는 엄청 놀랐어요.
난 통과당하니까 괜찮았지만!
벨로라는 그 말에 크게 웃었습니다. [you]도 어느새 벨로라의 옆에서 함께 웃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곧 그 웃음 속에 슬픔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는 이미 저물어 어두워졌고, [you]가 필요한 재료는 모두 모았습니다.이제 남은 것은 블루 슈가 코브를 떠나는 일뿐이었습니다.다음 날 다시 찾아오면 되는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또 보자는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하늘에 금빛 실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벨로라와 이어졌습니다.그 실의 끝을 따라가 보니 누미라와 스위트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있는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수호자. 미안해요. 저희 눈에는 당신이 보이지 않아서 잠시 마법을 걸었어요.
해로운 마법은 아니에요. 위치를 알 수 있는 마법이랄까요? 저도 몇 번 써봤거든요~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거는 건 전 못 하지만요.
잠시 블루 슈가 코브를 둘러봤어요.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깨끗했고, 몬스터의 개체 수도 심각할 정도로 늘어나 있지 않았어요.보이지 않는 수호자가 노력해 주신 덕분이라고 저희는 생각해요.
뻣뻣하게 굳어 있던 벨로라는 누미라의 말을 듣자 긴장을 풀더니, 곧 몸을 작게 떨었습니다.그것은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을까요?벨로라는 누미라와 스위트가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웃으며 방방 뛰기 시작했습니다.
들었어? 들었어? 봐봐, 나 완전 수호자지?
네, 멋져요. 벨로라.
……
누미라는 잠시 말없이 [you]의 옆에 서 있을 벨로라를 바라보았습니다.마법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누미라는 벨로라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는 모습이었습니다.스위트는 그런 누미라를 한 번 바라보다가 웃으며 [you]를 향해 말했습니다.
축제를 위해 열심히 움직여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수호자에게 몸을 주고 싶어요.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보답이겠죠.하지만 수호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제나 특별한 것이 필요해요.스위트를 만들었을 때는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꽃 아흔아홉 송이를 반죽과 섞어 백 일 동안 따스한 햇볕 아래에 두고 만들었죠.
옆에서 듣고 있으니 조금 부끄럽네요…
몸을 준다는 말에 벨로라는 깜짝 놀라 얼굴이 환해졌지만, 누미라의 다음 말을 듣자 곧 충격받은 표정으로 변했습니다.표정에 모든 감정이 드러나는 벨로라를 [you]는 신기한 듯 바라보았습니다.누미라는 손에 쥐고 있던 황금 주걱으로 모래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그러자 곧 오로라처럼 반짝이는 무지갯빛 조개 하나를 발견했고, 그것을 허공에 띄운 뒤 손에 쥐었습니다.
이건 블루 슈가 코브에서 구할 수 있는 특별한 조개예요. 이걸… 아흔아홉 개를 구해다 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도 함께 모을 거지만, 스위트는 곧 축제 일정이 있고 저도 다른 수호자들에게 소식을 알려야 해서 오래 머물 수는 없어요. 일에 대한 보상은 드릴 테니 부탁드릴게요.
[YOU]는 깨어난 뒤 지금까지 계속 일만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흔아홉이라는 터무니없는 개수에 거절할까 싶다가도, 옆에서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벨로라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결국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YOU]가 고개를 끄덕이자 벨로라는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만세를 외쳤습니다.
얏호!! 신난다!!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누미라는 웃으며 작은 빛구슬들을 모두의 곁에 띄워 주었습니다.늦은 밤, 뜬금없이 조개를 찾기 시작했지만 그 누구도 귀찮다거나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벨로라는 바닷물을 끌어와 모래를 파는 것을 도와주었고, 스위트는 근처에 있던 온순한 몬스터들에게 조개를 물어다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습니다.몬스터와 말이 통하는 모습도 신기했지만, [YOU]에게는 누미라가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이 더욱 신기했습니다.
누미라는 해변을 걸으며 손짓만으로 모래 아래에 묻혀 있던 조개들을 하나씩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YOU]는 모종삽을 들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마법은 수호자들만 쓸 수 있나요?
아니요. 마법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아무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겠죠. 그래서 특별한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마법을 허락하고 있어요. 당신도 그 자격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답니다.
어떤 자격을 얻어야 하나요?
음… 그건 축제가 끝난 뒤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지금은 당신과 다른 쿠킹비들이 축제를 마음껏 즐겨 주었으면 좋겠거든요.다른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해변을 걷거나, 친구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거나, 슈가렐의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을 함께 바라보면서요.물론 지금은 계속 일을 부탁드리고 있으니 죄송한 마음뿐이지만요.
괜찮아요.
저… 누미라님. 앤이 그러는데 수호자가 원래 네 명이었다고 들었어요.
…후후, 맞아요. 앤도 슈가렐에서 살아온지 오래되었죠.…수호자들도 불멸이지만, 원한다면 여러분처럼 삶을 끝낼 수 있어요.
어떻게요?
제게 부탁하면 돼요. 그러면 마법의 힘을 거두고 아주 깊은 잠에 들 수 있게 되죠.사실 수호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오랜 시간에 지친 많은 쿠킹비들이 잠들기를 바라면 저는 그 바람도 들어준답니다.슈가렐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니까요.
누미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옆모습은 어쩐지 무척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벨로라라는 존재가 저에게는 기적 같아요.과거의 수호자가 남긴 흔적 같은 존재니까요.
그럼 누미라님은 벨로라를 알고 계셨나요?
네.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일부러 모른 척을 했어요. 기억이 없는 벨로라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지않았거든요.제가 기억하는 벨로라는 다른 쿠킹비들보다 몸집은 작았지만 누구보다 활기찼고, 자신이 지키는 이곳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이였어요.그래서 미련이 남았던 걸까요.지금의 벨로라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슬프네요.
…벨로라는 수호자인데 왜 누미라님을 기억하지 못할까요? 다른 수호자인 스위트님도 알아보지 못했잖아요.
아마 블루 슈가 코브에 대한 기억만 남아 있는 게 아닐까요.가장 사랑했던 장소였으니까요.
이제 가봐야겠네요. 반 정도는 모았지만… 나머지는 부탁드릴게요.
누미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바구니에 조개를 담아 [YOU]의 곁에 내려놓았습니다.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블루 슈가 코브를 떠났습니다.[YOU]는 바구니를 품에 안고 벨로라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저 멀리서 파도를 일으키며 놀고 있던 벨로라가 활짝 손을 흔들며 [YOU]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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