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공백 미포함 · 글자수: 2255자 (최소 1600자) · 충족 · 예상 추가보상 +60 각설탕갤러리 글 연동
슈가렐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쿠킹비를 보면 먼저 다가와 호기심을 보이는 생물이 있는가 하면,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어떠한 이유로 난폭하게 변해 달려드는 생물도 있다.
쿠킹비가 아무리 전투에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더라도, 힘만 믿고 싸우다가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렇기에 슈가렐에 사는 쿠킹비라면 누구든 한 번쯤 거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전투 교육"이다.
그리고 오늘은.
백곰이 교육장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전투 교육장에 가까워지자 어디선가 화약과 흙먼지 냄새가 풍겨왔다.
조금 더 걸어가자 그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땅에는 군데군데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훈련용으로 세워둔 나무 표적 몇 개는 모서리가 날아가 있었다.
멀쩡한 표적보다 반쯤 부서진 표적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붉은 쿠킹비 하나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반죽이 말라 흉터처럼 갈라져 있었고, 목에는 방독면이 걸려 있었다.
길게 늘어진 꼬리 끝은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폭탄 모양으로 부풀어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다이너마이트였다
"...?"
백곰이 걸음을 멈추었다.
붉은 쿠킹비가 고개를 돌려 백곰을 바라보았다.
화가 난 것처럼 찌푸려진 얼굴.
블러디였다.
서로의 날카로운 듯한 눈빛에 탐색하듯 서로 마주보다가 블러디가 다가와 종이를 꺼내 돌돌 만다.
백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퍽.
종이가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늦지 마라!"
"...???"
갑자기 맞은 백곰은 맞은 머리를 문지르며 뒤쪽을 돌아보았다.
아직 시작 시간을 알리는 종조차 울리지 않았다.
"다음부터 말이다"
블러디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종이를 다시 옆구리에 끼웠다.
백곰은 머리를 문지르다가 꿍한 표정으로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블러디의 시선이 백곰의 손으로 향했다.
양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리고, 무기는 없었다.
"무기는?"
백곰이 손으로 엑스자를 표현하자 블러디의 미간이 한층 더 구겨졌다.
그러자 블러디가 손에 쥐고있던 다이너마이트를 빙글 돌렸다.
"차라리 잘 됐어."
그 말과 동시에,
치익.
블러디의 손에 있는 다이너마이트에 불이 붙었다.
백곰이 멈칫하며 다이너마이트의 짧아지는 심지를 보았다.
"첫 번째다."
블러디가 다이너마이트를 백곰에게 던졌다.
"피해라."
콰앙!
교육장 한쪽에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날렸다.
백곰은 본능적으로 뒤로 피했지만 잇따라 두 번째 다이너마이트가 날아왔다.
콰앙!
이번에는 옆.
세 번째는 앞.
폭발력으로 날아온 자잘한 흙, 돌, 등으로 생치기가 난 백곰은 겨우 폭발 범위에서 벗어났다.
블러디는 멈추지 않았다.
"적이 네 사정을 봐줄 것 같나?"
다시 심지가 타들어 갔다.
"무기가 없으면 무기 없는 체로 움직여."
콰앙!
"맞기 싫으면 피해라!"
몇 번을 반복하자 백곰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블러디가 아무렇게나 폭탄을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망가는 방향을 막을 때가 있었고, 반대로 한쪽 길을 의도적으로 열어두기도 했다.
폭발 자체만 보고 움직이면 다음 다이너마이트에 막힌다.
중요한 것은 지금 터지는 폭탄이 아니라,
다음에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
또다시 다이너마이트가 하나가 날아왔다.
이번에는 백곰이 폭탄을 끝까지 보지 않고 폭발하기 전에 몸을 틀었다.
콰앙!
등 뒤에서 흙먼지가 솟았지만 백곰은 이미 완전한 곳에 피해있었다.
블러디가 처음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던지지 않았다.
". . ."
백곰이 먼지를 툭툭 털었다.
"이제 좀 덜 멍청하게 움직이는군."
칭찬인 것 같았다.
아마도?
잠시 쉬는 시간이 흐른 후 두 번째 훈련이 시작되었다.
블러디는 교육장 가운데에 세워져 있던 나무 표적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때려."
백곰은 별다른 질문 없이 표적 앞으로 걸어갔다.
허리를 조금 낮추고,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딘 뒤
퍽!
주먹이 표적 한가운데에 박혔다.
나무판이 크게 흔들렸다.
백곰은 그대로 한 번 더 주먹을 날렸다.
콰직!
표적의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며 금이 갔다.
세 번째 주먹이 날아가려는 순간.
"됐다."
백곰의 주먹이 멈췄다.
블러디가 금이 간 표적을 바라보았다.
"쯧. 힘은 있는 데 쓸 줄 모르는 군."
백곰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부술 수 있다고 전부 정면에서 때려 부수려 들지 마라."
그러더니 블러디가 훈련용 표적 세 개를 서로 다른 위치에 세워두었다.
"전부 쓰러뜨려."
백곰이 주먹을 쥐었다.
곧장 가장 가까운 표적으로 달려갔다.
퍽!
첫 번째 표적이 흔들렸고 한 번 더 주먹을 내지려는 순간,
블러디가 뒤에서 돌을 하나 던졌다.
퍽.
돌이 백곰의 뒤통수에 맞았다.
"...?"
백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블러디를 바라보았다.
블러디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돌 하나를 던졌다 받았다 하며 바라보았다.
"왜 멈추지?"
백곰이 블러디를 노려보았다.
"전투 중이다."
두 번째 돌이 날아왔다.
백곰이 피함과 동시에 블러디가 발로 작은 나무 조각 하나를 차올렸다.
작은 나무 조각 하나가 백곰의 발밑으로 굴러 들어오자 백곰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표적 세 개.
바닥에 널린 나무 조각.
조금 전 폭발로 움푹 파인 땅.
그리고 자신을 방해하는 블러디.
가장 가까운 표적을 그대로 때리는 대신 백곰이 방향을 틀었다.
한쪽에 기대어 있던 긴 나무판을 발로 걷어찼다.
나무판이 넘어지며 두 번째 표적을 강하게 쳤다.
쿵!
두 번째 표적이 쓰러졌다.
곧 백곰은 첫 번째 표적 옆으로 돌아갔다.
주먹으로 정면을 치지 않고 다리 부분을 발로 차 균형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기울어진 표적을 주먹으로 쳐냈다.
쿵!
두 개째.
마지막 표적은 조금 떨어져 있었다.
백곰은 달려가기 시작했고, 블러디는 돌을 던졌다.
백곰이 고개를 숙여 피하며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리고 그대로 마지막 표적 가까이 다가가 주먹을 내질렀다.
퍽!
콰직.
그대로 마지막 표적까지 부서져 넘어갔다.
블러디가 팔짱을 꼈다.
백곰의 몸은 흙먼지 투성이였다.
블러디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혀를 찬다.
"쯧.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그렇게 블러디가 등을 돌려 걸어갔다.
백곰은 몸을 툭툭 털며 그의 뒷모습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첫날 훈련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