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 먹으러 가자
평소와 같은 하늘, 평소와 같은 터전, 평소와 같은 나.
삶이 품고 있던 의미는 퇴색해져만 갔고, 안정이라 부르는 무료함만 곁에 남아있을 무렵.
언제나와 같이 무거운 몸을 이끌며 느릿하게 걷고 있었을 때, 무심코 한 쿠킹비와 부딪히고 말았다. 무언가 몸에 닿는 감촉에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옆을 바라보았지만 스스로와 부딪힌 쿠킹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삐 갈 길을 빠르게 걸어 나갈 뿐이었다. 무엇이 저리 급할까, 라는 생각에 주변을 슥 둘러보니 문득 제 터전이 평소와 다르게 소란스럽다는 것을 한참이 지난 후에나 깨달을 수 있었다.
힘 없이 내려간 귀에 수없이 재잘거리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커다란 이야기 속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축제, 준비, 서둘러, 라는 단편적인 단어 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축제.. 라...'
눈 한번 깜빡이면 새로운 것이 생기고 그것조차 쉽사리 사라져 버리지만 축제라는 것은 형태는 매번 바뀌어도 그 의미만큼은 고이 간직할 수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애정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
빛 하나 품지 못하는 초점 없는 눈으로 모두를 멍하게 바라본다. 바쁜 모두는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덩치 큰 쿠킹비는 쉽게 피해 가며 제 삶들을 이어 나간다. 모두가 앞으로 나아간다. 모두가...
한참을 가만히 있어보니 이번에는 제 다리에 무언가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아까처럼 부딪히는 느낌이 아닌 톡톡, 하고 건드려 아래를 봐달라는 듯한 느낌. 그에 응하듯 고개를 아래로 숙여 내려다보니 마치 조랭이떡처럼 빚어놓은 흰 쿠킹비 하나가 손에 커다란 지도 같은 종이를 든 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길 좀 알려주세요."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꼬리를 가진 쿠킹비. 그러나 덩치는 하염없이 작기만 하여서 금방이라도 굴러갈 거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이가 무해한 얼굴로 가지고 있던 지도를 제게 쭉 뻗어 보여주었다. 무척이나 단순한 지도였기에 스스로도 모르게 눈이 가늘게 떠졌으며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자니 그것이 블루 슈가 코브로 가는 지도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블루 슈가 코브... .. 여긴 뭣 하러 가려고...?"
나지막하고 느릿한 말소리를 들려주니 하얀 쿠킹비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하였다. 그러더니 여기를 봐라. 하는 것처럼 지도의 가운데를 작달막한 손으로 퐁퐁, 두들겨 보았다.
"여기로 가서 재료를 가져오면 잼을 더 먹을 수 있대요."
겨우 그거뿐?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뻔했지만 하얀 쿠킹비의 얼굴이 겨우 그거뿐. 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 가만히 바라보는 것 밖에 하지 못하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길 하나 알려주는 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가만히 두면 블루 슈가 코브가 아닌 베리 수림에서 이곳저곳 굴러 다니게 생겼으니 바케쿠지라는 하얀 쿠킹비에게 따라와라. 라는 짧은 말 한마디만 던진 채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 보았다. 스스로의 느린 걸음 덕분인지 하얀 쿠킹비와는 보폭이 얼추 맞아 둘은 천천히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다리는 블루 슈가 코브로 통통한 꼬리를 바닥에 끌며 나아갈 뿐이었다.
서로 무언가의 대화는 나누지 않았냐고? 아쉽게도 바케쿠지라는 말 주변이 좋지 않고, 행동처럼 말까지 느려 썩 좋은 대화 상대는 아니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하얀 쿠킹비는 대화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둘은 약간의 어색함과 약간의 아무 생각 없음이 만나 조용한 고요만 흘러가게 되었다. 바케쿠지라는 이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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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자 한국거대까마귀
/ 프롬프트 [탄생의 축제] 가자! 블루 슈가 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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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일: 2주 전 ・
최종 수정일: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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