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는 과정
탄생의 축제가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슈가렐은 평소보다 한층 더 북적였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것이 낯선 쿠킹비들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고, 원래부터 슈가렐에서 살아오던 쿠킹비들은 새로운 얼굴들을 맞이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친구를 찾아 돌아다녔고, 누군가는 함께 살아갈 가족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기대를 품고 축제에 오는 것은 아니었다.
백곰도 그랬다.
매년 열리는 축제였고,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으니 한번 들러본 것에 가까웠다.
몸과 눈에 남은 흉터처럼 건조된 반죽부위, 양손을 감싼 붕대, 가늘고 날카로운 눈매.
밝고 들뜬 축제의 풍경 한가운데 서 있는 백곰은 어쩐지 주변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백곰은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올해도 많군.”
새롭게 태어난 쿠킹비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는 쿠킹비도 있었고, 벌써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는지 한쪽으로 쏜살같이 뛰어가는 쿠킹비도 있었다.
백곰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축제 안쪽으로 걸어갔다.
먹을 것이 있으면 조금 먹고, 구경할 것이 있으면 한번 보고.
적당히 둘러본 뒤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
앞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축제를 구경하던 쿠킹비들이 한쪽으로 몸을 피했고, 그 틈으로 무언가 데굴데굴 굴러왔다.
백곰의 발 앞에서 작은 물건 하나가 멈췄다.
그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고개를 들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YOU]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조금 전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었을 법한 축제 물건 몇 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누가 일부러 사고를 친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워낙 많이 오가다 보니 누군가 건드린 것이 연달아 넘어지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백곰은 손에 든 것을 한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YOU]에게 내밀었다.
“네 거냐?”
[YOU]는 흩어진 물건들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백곰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이었다.
백곰은 이미 물건 하나를 주웠고, 그것만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바닥을 굴러다니는 물건 하나가 지나가던 쿠킹비의 발에 다시 툭 차였다.
데굴데굴.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굴러갔다.
“…….”
백곰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것까지 주우러 걸어갔다.
[YOU]도 흩어진 것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두 쿠킹비는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은 채 축제 한복판을 돌아다녔다.
하나는 여기.
또 하나는 저기.
어떤 것은 좌판 아래까지 굴러가 있었다.
백곰이 몸을 숙여 손을 뻗었다.
붕대가 감긴 커다란 손이 좁은 틈으로 들어갔다.
“……조금만.”
손끝이 겨우 물건에 닿았다.
하지만 잡으려 하면 조금 더 안쪽으로 밀렸다.
백곰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 번 더.
툭.
이번에는 아예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가 버렸다.
“…….”
옆에 있던 [YOU]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백곰도 천천히 고개를 돌려 [YOU]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결국 백곰이 몸을 옆으로 비켰다.
“네가 해.”
[YOU]가 웃으며 손을 뻗었다.
잠시 뒤, 안쪽으로 들어갔던 물건이 무사히 밖으로 나왔다.
백곰은 말없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잘하네.”
짧은 한마디였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먼저 돌아섰다.
둘이 함께 주운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나니 주변은 다시 축제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동은 그걸로 끝이었다.
백곰은 이제 돌아갈까 생각했다.
애초에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조금 전까지 함께 물건을 줍던 [YOU] 여전히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는 안 가냐?”
[YOU]가 축제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쿠킹비들이 오가고 있었다.
백곰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더 볼 게 있나.”
대답 대신 [YOU]가 먼저 움직였다.
백곰은 몇 걸음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같이 가든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굳이 확인하지 않은 채 백곰도 뒤를 따라 걸었다.
처음에는 그저 나란히 축제를 둘러보는 정도였다.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먹을 것을 파는 곳을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잠시 멈췄고,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으면 무슨 일인지 기웃거렸다.
어딘가에서는 새롭게 만난 쿠킹비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쿠킹비들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웃고 있었다.
백곰은 그런 모습을 흘끗 바라봤다.
“신기하군.”
무엇이 신기한지는 말하지 않았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둘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 놀이가 눈에 들어왔다.
백곰은 처음에는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YOU]가 멈춰 서자 몇 걸음 앞서간 백곰도 결국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본다.
[YOU]가 있다.
놀이가 있다.
다시 [YOU]를 본다.
“……하고 싶은 거냐?”
[YOU]가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둘은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
축제 놀이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생각만큼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백곰은 힘을 써야 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작은 것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일에는 영 익숙하지 않았다.
툭.
조금 전까지 잘 놓여 있던 것이 기울었다.
백곰이 재빨리 손을 뻗었다.
쓰러지기 직전, 붕대 감긴 손이 아래를 받쳤다.
“…….”
[YOU]가 그 위를 다시 바로잡았다.
백곰은 움직이지 않은 채 받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YOU] 작은 부분을 맞추고, 백곰이 전체가 흔들리지 않게 잡았다.
서로 잘하는 것이 달랐다.
그래서인지 혼자 할 때보다 일이 훨씬 수월했다.
마침내 마지막 부분이 제자리에 놓였다.
백곰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됐다.”
그리고 아주 조금 입꼬리를 올렸다.
“나쁘진 않군.”
그것이 놀이에 대한 평가인지, 함께한 상대에 대한 평가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다시 축제길을 걷던 중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쿠킹비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주변의 다른 쿠킹비들은 저마다 갈 곳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쿠킹비만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막 태어난 쿠킹비인 듯했다.
백곰은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몇 걸음 뒤에서 멈췄다.
[YOU]도 걸음을 멈췄다.
백곰은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길을 잃었나?”
가까이 가보니 길을 잃었다기보다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한 것에 가까웠다.
축제를 지나면 슈가렐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어디에서 살아갈지.
누구와 지낼지.
무엇을 좋아하게 될지.
새롭게 태어난 쿠킹비에게는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백곰은 잠시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에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한참 생각한 끝에 말했다.
“모르면 더 돌아다녀 봐.”
아주 간단한 말이었다.
“지금 정할 필요는 없잖아.”
백곰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갈 데가 많으니까.”
그 쿠킹비는 백곰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곁에 있던 [YOU]도 바라보았다.
조금 전보다 표정이 가벼워진 것 같기도 했다.
잠시 후 작은 쿠킹비는 다시 축제 속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한곳에 멈춰 있지 않았다.
백곰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우리도 가지.”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몇 걸음을 걷고 나서야 백곰은 문득 멈칫했다.
우리.
아까까지는 없던 말이었다.
하지만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축제는 아직 한창이었다.
새로 태어난 쿠킹비들.
그들을 반기는 쿠킹비들.
오래 알고 지낸 이들끼리 다시 만난 쿠킹비도 있었고, 오늘 처음 만난 이와 함께 웃고 있는 쿠킹비도 있었다.
그 가운데 백곰과 [YOU]도 있었다.
거창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도 아니고, 평생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작은 소동을 같이 정리했고.
축제를 함께 걸었고.
잠깐 놀이도 했다.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몇 마디 건넸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탄생의 축제는 그런 것들이 하나둘 모이는 자리인지도 몰랐다.
백곰은 축제장을 둘러보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와 똑같이 시끄럽고 북적였다.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한 가지를 빼면.
“[YOU].”
"???"
백곰이 불렀다.
그리고 축제 안쪽을 가리켰다.
“저쪽은 아직 안 가봤지?”
[YOU] 고개를 끄덕이며 백곰과 함께 둘러보았다.
마치, 앞으로도 둘이 함께할 여행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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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자 편밤
/ 프롬프트 [탄생의 축제] 화합의 장
제출일: 3주 전 ・
최종 수정일: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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