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2] 꿈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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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수상한 자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려진 가게의 위치라던가, 모으는 물건이라던가, 처음 보는 이에게 다짜고짜 시키는 일이라던가. 여러 방면으로 충분히 의심스럽지 않은가.
그러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건네준 차를 마셔보며, 조금씩 그를 따르기 시작하니 마냥 수상한 자라고 의심하는 것은 실례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함께 신당에 기도를 올려보았다. 딱히 무언가를 바라거나 부탁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순수 궁금증에 의한 행동. 그래서일까, 바람이 이뤄졌다는 것보다 제 앞에 나타난 것은 지금 떠 있는 해와 닮은 여우 한 마리였다. 그는 이것이 '신이 맺어 준 인연' 이라 하였으며 여우와 함께 슈가렐을 돌아다녀 보지 않겠냐는 권유 또한 건네주었다.
무엇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차를 대접해 주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이토록이나 평생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지. 기회만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인연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산책이라도 해볼까나."
 
카페모카는 제 앞에 있는 여우에게 천천히 손을 뻗어 머리 부분을 쓰다듬어주었다. 여우는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행위가 특히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카페모카의 발걸음이 어디로 이어질지에 대한 물음이 담긴 눈빛으로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조금의 재촉처럼 느껴진 것일까, 카페모카는 옅은 웃음소리를 내며 여우에게 함께 가자는 듯이 느릿하게 앞을 향해 걸어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우리 여우 친구에게 내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를 보여주고 싶은데, 잘 따라와 줄 수 있겠니?"
 
잠시 뒤를 돌아봐 따라오는 여우에게 친절히 말을 걸어보아도 작게 켕! 거리는 울음소리도, 알겠다는 듯한 고개의 끄덕거림도 없이 여우는 카페모카를 따라올 뿐이었다. 그것이 마치 어디로 가더라도 묵묵히 따라와 줄 거 같은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일까, 둘 사이에 이어진 잔잔한 고요함은 어색함이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편안하며 그렇다고 완전히 친해졌다고 하기에는 조금은 맞물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운영하고 있는 가게는 작은 카페란다. 아까 제단 위에 둔 차와 같은 걸 팔고 있는 가게라고 하면 알아주려나."
"따스한 햇빛이 일렁이는 푸른 바다를 비춰 언제까지나 반짝이고 아름다운 블루 슈가 코브. 그곳에 가게를 차려 매일을 유유자적하게 보내고 있지. 요호 씨의 가게도 확실히 멋졌지만 난 역시 숲보다는 바다가 더 좋더라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옅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자 행복이라 생각한다. 그게 비록 공감을 넘어서 대답조차 할 수 없는 야생동물이라 할지라도 카페모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껏 재잘거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천천히 마음속에 품어둔 진심을 흘러오는 바람에 따라 전할 뿐.
 
"가게의 이름은 'Moka'. 아주 먼 옛날, 슈가렐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보다 쭉, 옛날에는 모카라는 이름은 단순히 마실 것의 이름이 아니라 어느 '항구'의 이름이었다고 해. 땅과 땅 사이, 끊어지지 않는 바다 위로 많은 배가 오가며 그만큼 다양한 이들과 다양한 문화가 오간 곳."
 
숲에서 벗어나, 도시를 지나, 길을 걸어 스스로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간다. 숲의 울창한 나무와 도시의 높게 솟은 건물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생각하지만 카페모카는 그보다도 좋아하는 것이 따로 있었다. 바로, 그러한 곳에서 나아가 가려져 있던 시야가 탁 트이면서 높은 하늘과 찰랑거리는 바다가 보이는 블루 슈가 코브의 경치. 언제나, 매일 이곳에서 지내고 있음에도 이것이 카페모카가 살아가면서 가장 사랑하는 것 중 하나이다. 지금은 평소랑 조금은 다른 풍경이긴 해도 블루 슈가 코브라는 건 변함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자.
 
"그리고 마침 내 이름도 카페모카거든. 그래서 그랬던 걸까.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아직까지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아주 큰.. 파도와 같은 감정을 느꼈어. 그 파도 속에서 알 수 있었던 건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정도밖에 없었지. 제대로 된 직업도, 할 줄 아는 일도 전혀 없던 밋밋한 쿠킹비가 처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느낀 거야."
 
블루 슈가 코브에 위치한 가게 중에서도 가장 바다와 가까운 가게. 그것이 카페모카가 운영 중인 카페이다. 카페모카는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게 밖에 위치한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모카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사실 전부 들어줬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우 또한 카페모카를 따라 테라스로 향했고 그때, 바다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도 바다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비록 난 바다에 어울리게 생기진 않았지만 그건 그거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니?"
 
불어오는 바람에 카페모카의 넥타이가 바람을 타 느릿하게 나풀거린다.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꼬리까지 살랑거려진다.
 
"나도, 바다와 함께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모카라는 이름의 뜻을 지나치고 싶지 않았달까. 그래서인지 이런 내 소원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하는 게 제격일까, 어디로 가서 시작해야 할까, 라는 고민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
 
테라스에 놓인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의자 하나를 바깥으로 끌고 그 위에 앉아본다. 그러곤 여우에게 곁으로 와 앉으라는 듯이 손짓해본다. 여우는 멀뚱히 카페라테를 바라보다 조금은 떨어진 근처에 자리 잡아 앉아 보았다.
 
"결국은 이렇게 멋진 가게와 남 못지않은 실력까지 얻어서 맨 처음에 말한 것처럼 매일을 유유자적하게 보내고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야. 꽤 성공한 삶이라 생각하지 않니?"
 
카페모카는 옅은 미소를 지닌 채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카페모카를 지나 그 뒤에는 달콤한 크림과 커피의 향기만 저 멀리 흩날려 간다.
 
"만약 신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던 건 전부 내가 노력했기 때문이야.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오더라도 놓지 않고 끝까지 잡아 나아간 내가 있기에 이곳이 있을 수 있는 거야.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신이 아무리 변덕이 심하다 하더라도 괜찮아.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아도 좋아.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걸... .. 어라, 많이 졸렸구나?"
 
적당히 시원한 바람,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파도소리, 카페모카와 가게 안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 조금 먼 길을 걸어온 탓일까, 아니면 계속 옆에서 재잘거리는 카페모카 때문이었을까. 여우는 자리 잡아 앉은 곳에 어느새 엎드린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모습에 카페모카는 작은 소리로 웃어보았고 여우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안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같이 와주고 제 이야기를 들어준 여우에게 보답으로 가게의 자랑거리인 음료와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내 꿈을 비웃지 않고 전부 들어줘서 고마워.
한국거대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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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자 한국거대까마귀 / 프롬프트 [일식] 검은 신
제출일: 1개월 전최종 수정일: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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